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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디트로 남겨진 최초의 여성화가
번호 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3-22 오전 9:39:30 조회수 19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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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변두리 예술>

유디트로 남겨진 최초의 여성화가

박병률(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는가? 이것은 단지 여성에게뿐 아니라, 그리고 사회적, 윤리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순전히 지적인 이유에서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대로, 우리가 무엇이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 그 말은 우리 사회 제도에서는 물론 학술 연구 영역에서도 통할 것이다. 서구 백인 남성의 관점, 무의식적으로 미술사의 공식 관점으로 인정되었던 이 관점이 이제 부적절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모든 학문의 분야에서 자의식이 더욱 강해지는(즉 나름의 언어와 구조로 제시되었던 전제들의 성격을 더욱 뚜렷이 인식하게 되는) 이 순간에, <무엇을><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재의 태도는 지성적으로 볼 때 치명적일 수 있다. 밀이 전정 공정한 사회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수많은 사회적 불의 가운데 하나로 남성 지배를 꼽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보다 적절하고 정확한 역사관을 갖추기 위해 바로잡아야 할 수많은 지성적 왜곡 중 하나로 백인 남성 주관주의의 무의식적 지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린다 노클린,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는가」

잘 알려진 서양미술사 책 속에서 여성 예술가를 찾아보자. 19세기까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고대로부터 그림 속에 그려진 대상은 거의 여성이다. 여성은 항상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위의 린다 노클린의 글이 보여주듯이 여러 가지 이유로 여성은 공식적인 예술사에서 배제되어 왔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여성예술가 중에 거의 처음으로 언급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83-1653?)이다. 젠틸레스키는 카라바지오 화풍을 따랐던 이탈리아 여성이다. 아버지 오라치오로부터 직접 그림을 지도받았으며 1616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델 디세뇨에 가입했다. 젠틸레스키가 주목받는 점은 앞서 언급한 미술사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남긴 여성화가라는 점이다. 여성화가들은 창조성을 지닌 남성화가들과 달리 세부묘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서술되어 왔으나 젠틸레스키의 그림은 단호하고 강인한 유디트를 그림으로써 이런 경향을 벗어난다.

유디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홀로 적장인 홀로페르네스를 찾아가 유혹하고 목을 베는 고대 유대의 여전사이다. 젠틸레스키와 비슷한 시기에 유디트를 주제로 한 그림을 다른 화가들도 많이 그렸는데, 남성화가들의 그림에서 유디트는 가녀린 여성의 모습을 한 반면,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강력한 여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젠틸레스키가 그린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카라바지오가 그린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를 비교해 보면 이런 사실은 금방 드러난다.

젠틸레스키가 여걸의 유디티를 특히 잔인하게 그린 이유는 여성 미술가로서의 불평등과 스승 아고스티노 타시로부터 여러 번 추행 당했던 개인의 경험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윗 왕의 욕정에 불행하게 희생된 밧세바의 이야기에 동감하였고 유디트를 통해 자신의 남성 혐오증을 대리만족시키고자 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실제로 유디트의 모습은 젠틸레스키와 닮아 있다. 아고스키노는 젠틸레스키를 강간한 뒤, 그녀의 명예를 위해 그녀와 결혼을 약속했다.(당시의 관습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 약속으로 인해 그녀는 강제로 그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 후에 아고스키노가 젠틸레스키와의 결혼을 취소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고소했다.(당시의 여성은 법정에 고발조차 할 수 없었다.) 젠틸레스키는 심문을 받아야 했고 후에 그녀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고문까지 당했다.

몇 년 후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던 젠틸레스키는 영국 왕을 위해 일하는 궁정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후원자였던 메디치가의 코시모나 오스트리아의 여황제 마라아의 총애를 받았다. 그 외에도 아르테미시아는 갈릴레오 같은 그 시대의 유명한 남성들과 서신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유디티와 홀로페르네스를 주제로 삼은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아무튼 젠틸레스키는 동 시대의 남성화가들이 묘사한 것처럼 유디트를 소심하고 감미로운 숙녀로, 공모자를 매춘부 시리즈의 뚜쟁이 타입으로 그리지 않고 강력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젠틸레스키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남성들처럼 대범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후원자들에게 증명해야 했으며, 여성으로서 여러 가지 편견들과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남성들의 그림보다 오히려 더욱 사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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