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바라보는 꼰대문화, 꼰대와 아재의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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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바라보는 꼰대문화, 꼰대와 아재의 한 끗 차이
- 엄다인 (부산민예총 사무활동가)
어느 청춘영화에서 방황기 고등학생이 재력가 아버지를 ‘우리 꼰대’라고 불렀다. 나는 그때 ‘꼰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학생들은 주로 학생주임 선생님을 꼰대라고 불렀고, 회사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를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는 지나친 권위를 가지거나 내세우는 중년의 사람을 말한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늙은이의 저속한 표현’, ‘미성숙한 어른’으로 정의된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그 어떤 의견도 듣지 않는다. 소싯적 이야기, 조언을 빙자한 자기자랑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야기는 되풀이되고 있거나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이 대화를 끝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으며 맞장구를 친다. 꼰대는 그렇게 청년의 입을 막는다. 동시에 꼰대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이 시대의 꼰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청년이었던 그들을 꼰대로 만들어낸 건 불과 2-30년 전 사회가 그러했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던 시대, 가부장적인 문화, 위계질서가 심한 조직문화를 겪은 꼰대들은 지금의 청년에게 ‘내가 너만 했을 땐 말이야....’로 시작하는 넋두리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꼰대 스스로를 위한 변명은 될 수 있겠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동의를 구할 수는 없다. 꼰대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들을 인정할 수는 없다.
청년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피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말을 섞지 않으려하게 되고, 한 공간에 있지 않으려 애쓴다. 꼰대에 맞서지 않는 청년 또한 문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찍히면 후한이 두려워서 모두 입을 다문다. 이러한 청년들을 ‘노력하지 않는다’며 타박하지만 정작 그들도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가 꼰대를 마주했을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혼잣말은 ‘저사람, 또 저러네’”다. 꼰대라고 부르기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누군가에게 꼰대 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건 한 번의 실수가 낳은 참사가 아니다. 꼰대는 어느 시대의 젊은이가 만들어낸 단어지만, 꼰대라고 불리게 된 건 당신의 책임이다.
당신의 인생 반도 채 살지 않은 청년이 꼰대의 속마음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의 말투, 표정 하나하나에 청년들은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들을 읽어낸다. 내 의견을 경청하면서 속으로 건방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청년은 안다. 꼰대를 지탱하게 하는 힘 ‘권위’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이다.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을 말하기도 한다. 권위는 혼자에게는 결코 적용될 수 없고 반드시 타인이 있어야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단어다. 지휘하고 통솔하면서 당신은 타인에게 행동을 강요하는가? 타인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가?
꼰대는 어느 시대의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단어지만 꼰대 소멸시키는 것은 꼰대들의 몫이다. 꼰대는 여전히 대물림 되고 있지만, 다행히도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요즘 ‘꼰대’라는 단어보다 ‘아재’라는 단어가 대세다. 아재는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을 말한다. 아재는 시대착오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꼰대와 다를 바 없지만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밉지 않은 캐릭터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청년이나 일방적으로 말을 늘어놓은 꼰대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쌍방과실이다. 하지만 소통이 매개가 된다면 거리는 좁힐 수 있다. 변화하는 꼰대에게 청년들은 ‘아재’라는 다른 이름을 붙여줬다. 꼰대와 아재는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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