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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화 속에서 알바노동자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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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조회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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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화 속에서 알바노동자로 살기


알바노조 부산지부 사무국장 서나래


내가 겪었던 군대문화 중 아직도 생각나는 것은 대학 단대에서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행사에서 겪은 일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동기간의 친목 도모를 명목으로, 진 학과에는 벌칙을 주는 게임(?)이 진행됐다. 그리고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우리과 동기들은 시작도 전에 엎드려뻗쳐를 해야 했다. “놀러 왔어!?”라고 묻는 선배의 말에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네”라고 답할 뻔 했던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네”의 니은까지 나온 소리를 내가 몇몇 들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놀러온 거 맞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새내기 배움터가 뉴스를 탔다. 새내기 배움터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새터를 없애면 문제가 안 생길까? 이런 일이 대학에서만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군대문화는 곧 위계질서 문화이다. 얼굴 트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몇 살이냐고 묻는것 아닌가?

군대문화에 가장 가혹하게 당하는 대상은 가장 밑바닥, 가장 힘없는 사람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알바노동자 알바도 노동자입니다! 알바를 하는 사람들은 이제 학생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알바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 그 중 하나다. 그야말로 ‘갑’질 당하는 대표적인 존재다. 그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여성’알바노동자는 가장 만만한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외식업계나 프랜차이즈 빵집은 여성알바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 곳에서 알바노동자는 오만가지 소리를 다 듣고도 참아내며, “친절하게” 내 잘못이 아니라도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맥도날드 알바노동자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는 클레임이 들어왔다고 한다. 갑질을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상실이다.

손님뿐만 아니라 사장이나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알바노동자에게는 갑이다. 사장들은 CCTV로 알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리고 CCTV가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한 편의점 면접 보러 갔을 때 사장이 “우리 점포에는 CCTV가 8개나 있어요. 나는 CCTV를 자주 보는 편이에요.”라고 했다. 놀랍게도 CCTV를 보안용 외의 용도로 쓰면 불법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을 신고해도 사장들이 보안용이라고 우기면 별 다른 도리가 없다. 내 경우에는 사장이 CCTV를 보고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케익을 다시 진열해라, 불 꺼라 등등.

알바노동자는 법이 지켜주지 않는 존재다. 지켜주는 것은 고사하고, '개기면' 법으로 응징한다. 올해 1월 22일, 알바노조가 서울 고요노동지청에 항의방문을 하러 갔다가 59명이 연행됐다.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러 간 것이었다. 알바노동자들이 임금을 떼이거나, 일하면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다. 그런데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조차 알바노동자의 편이 아닐 때가 많다. ‘적당히 합의해라.’, ‘이렇게 적은 돈 때문에 고소했다가, 험한 일 당할 수 있다. 형사처벌까지 하지 말자.’, ‘내가 맡은 사건들 금액이 얼마짜린데, 이런 일 때문에 시간 뺐겨야 되느냐’, 사장에게 성추행 당한 진정인에게 ‘사장과 3자대면 해서 해결하자.’ 등등 인간으로 존엄성이 위협받는 수준이다.

이 위계질서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군대문화의 위계질서에는 허용되지 않는 “왜?”가 튀어나왔을 때 당황스러워한다. “내 말을 듣는 게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민주공원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국영수사과만 공부하다가, 민주공원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없을 때, 사람들이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우리는 “네”라는 대답만 하고 살았지, “왜?”라는 질문은 금기시하며 살았다. “그건 나중에 알게 돼”라는 말이 용기 내어 물었을 때 듣는 말이었다. 고등학생이 “왜?”라는 질문을 시작하면 수능공부를 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나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끝으로 나와 같이 ‘을’들이 힘을 모으면 좋겠다. 사실 많은 알바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부당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대우를 하는 곳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고, 심지어 편의점은 노동 강도가 낮다는 핑계로 최저임금도 안 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럴 때 을들이 뭉쳐야 한다. 뭉쳐서 기자회견도 하고, 항의방문도 하면 사장들이 놀란다.

어쩌다보니 결론은 알바노조 가입권유가 됐다. 글을 다 쓰고 보니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된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지, 또 이 상황은 맞는 건지 ‘왜’라는 질문으로 나를 보고, 사람들을 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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